2023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연말이 되면 자연스레 결산과 회고의 시간을 맞이하곤 합니다. 농본도 한 해 동안 우리가 이룬 것과 보완할 것을 되짚어보고 내년 계획을 그려보고 있습니다. 아직 마무리되진 않았지만 농본의 올해를 잠시 정리해보자면, 새로운 활동가를 채용해 뉴스레터 개편과 인터뷰 기획 등 홍보기획 영역을 확장했고,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 지원사업을 통해 산업단지와 폐기물 처리시설 피해 실태를 공론화하고 대안을 모색해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공동대책위가 꾸려지는 성과도 있었습니다. 또 농협중앙회의 투명성 제고를 목표로 무이자자금, 정관, 위원회 및 임원 명단 등 기초적인 정보들에 대해 정보공개청구와 행정심판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오랜 기간 폐쇄적으로 운영되어온 탓에 짧은 기간 안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진 못했으나, 농촌에서 농협이 가진 영향력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농협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며 활동을 이어가려 합니다. 이외에도 농본의 관점을 소개하는 정책브리핑이 총 3편 발행되었습니다. 농본을 응원하고 애정하고 후원해주시는 여러분들 덕분에 올해도 든든하게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두 손 모아 감사드립니다!
요즘 농본은
주요 활동을 비롯해 농본에서 최근 주목하고 있는 이슈들을 전합니다.
Ⓒstudio H 박혜정
전국 산업∙의료폐기물 매립장 및 소각장
피해 실태와 대안모색 국회토론회 현장 스케치
올해 농본에서는 창립 후 가장 많은 자문 요청이 들어왔던 산업단지와 폐기물 처리시설 피해를 전국적으로 공론화하고 법제도 개선을 위해 지역순회토론회 및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축적된 문제의식과 피해 지역 사례들을 모아 지난 11월 15일에는 국회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1부에서는 전국 6개 지역(경북 포항∙고령, 충북 청주, 충남 예산, 전북 완주, 강원 강릉∙양양)의 주민들이 오셔서 산업∙의료폐기물 매립장과 소각장 추진에 따른 지역의 피해와 고민들을 나누었고, 2부에서는 폐기물 매립장과 소각장을 둘러싼 현재의 법제도적 현실과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토론회 후에는 산업∙의료폐기물 매립장과 소각장 문제 해결을 위해 모인 반대대책위와 4개 지역(대구, 전북, 청주충북, 충남)의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산업∙의료폐기물 처리 공공성 확보와 권역별 발생지 책임 원칙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저희의 주장이, 지역 주민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과 지지 부탁드립니다.
농본이 2년 연속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 환경연구지원기금 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농본은 올 한 해 본 지원사업을 통해 전국을 돌며 산업단지, 폐기물 매립장과 소각장 문제 공론화에 힘쓸 수 있었습니다. 2023년에는 피해 지역을 살피고 전국 단위의 법제도 개선방안을 모색했다면, 내년에는 광역∙기초 단위 조례 제정을 통해 각각의 지역 안에서 주민들의 목소리가 결정에 반영되고 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집중하고자 합니다.
유기농과 관행농, 노지농사와 시설농사, 소농에서 대농까지 다양한 방식과 지향을 지닌 17명의 농민들의 인터뷰가 실린 책 <모두를 살리는 농사를 생각한다>가 출간되었습니다. 해당 기사는 출간 기념 북토크 현장을 담았습니다. 각각의 농업 현장에서 정면으로 기후위기를 마주하고 있는 농민들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실렸는데요. 최근 몇 년간 기후위기 이슈가 대두되면서 농업의 위기가 더 불거진 것처럼 느끼지만, 폭등락을 반복하는 농산물 가격과 급등하는 생산비, 그로 인해 농사 규모를 줄이거나 농사를 포기하는 등 농민들의 삶은 언제나 위기 상황에 내몰려 있었다고 말합니다.
내년 3월부터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이 시작되는 가운데, 농촌 읍∙면소재지의 여건에 대응한 '농촌마을보호지구' 지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농촌공간계획을 제도화한 이 법률은 주거, 산업, 에너지, 경관 등 목적에 따라 지정 가능한 7개 농촌특화지구를 명시하고 있으며, '농촌마을보호지구'는 유해시설로부터 주민의 거주환경을 보호하고 생활서비스 시설 등의 입지를 유도해 정주 기능을 강화한 특화지구입니다.
지속 가능한 마을만들기는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본 기사에서는 "마을의 문제를 마을 주민들보다 더 잘 아는 사람들이 있을까? 문제를 발견하고 협의의 과정을 통해 공유∙합의하고 대안을 찾는 '마을 자치, 주민 자치'가 이뤄질 때 독특한 '품격과 매력'으로 지속 가능한 마을만들기가 가능해지리라 생각한다."라며 일본의 히가시카와 마을 사례를 통해 마을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지역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전합니다.
온몸이 움츠러들 만큼 영하의 날씨에도 자연은 쉬지 않고 움직입니다. 눈에 확 띄는 생장은 없지만 느긋한 속도로 자신만의 지형을 구축하지요. 기온이 뚝 떨어진 밤 다음날에는 햇빛이 완전히 퍼지기 전에 서리로 뒤덮인 들판을 만날 수 있는데요. 식물과 사물 위에 솜털이 솟아난 것처럼 하얗게 앉은 서리꽃을 볼 때면 완전히 다른 세상에 놓인 듯한 기분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