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첫 번째 수요일에 발행하고 있는 농본레터. 2024년 5월호는 첫 번째 수요일이 근로자의 날인 터라, 한 주 늦게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공식 또는 비공식 휴일과 농본레터의 발행일이 겹쳤을 때 발행 시점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그때그때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유동적인 리듬으로 꾸려가보기로 했습니다. 기다린 분들께는 양해를, 잊고 있던 분들께는 깜짝선물처럼 농본레터 소식이 닿길 바랍니다.
날마다 한층 푸르러지는 신록의 5월, 절기로는 벌써 여름에 들어섰습니다. 농본은 3주년 행사를 마무리한 뒤 다음 걸음으로 나아가기 위해 지난 한 달간 숨 고르기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역 곳곳에서 다양한 분들이 나누어주셨던 이야기를 씨앗 삼아 앞으로의 농본 활동에서 싹을 틔워보려고 합니다. 다듬어지는 대로 차차 농본의 후속 활동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요즘 농본은
주요 활동을 비롯해 농본에서 최근 주목하고 있는 이슈들을 전합니다.
[농農익는 대화] 김용자 괴산군 사리면 대기마을 이장
"군수를 바꿔 산업단지를 막아내다"
충북 괴산군 사리면은 마을 주민들이 협심하여 괴산메가폴리스산업단지 조성 백지화를 이끌어낸 곳입니다. 처음에 산업단지만 들어오는 줄 알았던 주민들이 산단 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포함하여 외지의 폐기물까지 처리하는 매립장이 증설된다고 하자, 대대로 내려져온 농토와 주민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반대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인데요. 54만 평에 달하는 사업 대상지 중 37%가 논밭인데다 그중 11%는 농업진흥지역이고, 반경 1km 이내에 자연부락, 학교, 어린이집, 면소재지 등이 있어 사업이 그대로 추진됐다면 주민들은 뿔뿔이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농촌을 겨냥한 무분별한 개발을 저지하고 주민 스스로 마을을 지켜낸 이야기를 청해 듣고자 괴산군 사리면으로 찾아갔습니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끝났습니다. 투표는 끝났지만 주권자의 역할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국회가 제 역할을 다하는지 두 눈을 뜨고 지켜보며, 국가에서 놓치거나 움직이지 않는 영역을 우리가 주체가 되어 문제 제기를 하고 변화시킬 수 있도록 깨어있어야 하는 것이죠. 특히 농촌이나 지방일수록 중앙정치의 시선이 닿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에 조례∙예산∙행정∙정치를 바꾸기 위한 지역에서의 노력이 더욱 중요합니다. 농촌에 물밀듯이 들어오는 산업폐기물시설, 환경오염시설, 난개발 문제만 해도 광역지방자치단체와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바꾸면 상당 부분 규제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에 농본에서도 지역을 변화시키는 활동을 가시화할 수 있도록 읍∙면 자치를 비롯해 농촌 난개발 조례 제∙개정 운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승수 대표의 칼럼을 통해 지역정치의 중요성을 만나보세요.
(주)삼표산업 화성사업소가 지난 1987년부터 토석채취 허가를 받아서 개발해왔던 화성시 비봉면 일대를, 폐기물 매립시설로 활용하려는 '화성 에코파크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 등의 결정내용'이 공개되면서 화성시민들의 거센 반발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삼표가 당초 사업 허가 시 부지에 대한 원상복구를 약속하고 토석을 채취했는데, 복구는커녕 지역 주민에게 설명과 동의 없이 폐기물 매립이라는 또 다른 개발사업을 추진하려 하자 반대 민원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 캐나다에서 식량주권과 친환경적인 농산물 생산시스템 유지를 위해 활동하는 ETC 그룹의 연구원들을 초빙해 온라인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세미나에서는 인공지능 기술 등을 활용한 디지털농업이 어떻게 농업과 환경을 파괴하고 농민을 위기로 몰아넣는지에 대한 문제를 다뤘습니다. ETC 연구원들은 "디지털화가 가속화될수록 농민은 단순화되고 숙련도가 떨어져 기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라며, 디지털농업의 특성상 화학비료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거나 기업들의 식량과 농업에 대한 통제 강화로 농민들의 권리가 침해당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습니다.
쥬키니호박 재배 농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GMO 쥬키니호박 사태'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정부와 종자업체의 부실한 관리로 인해 보급된 종자에서 GMO 성분이 발견되면서, 농민들은 한 해 농사를 전부 접어야 했고 유기농∙친환경 농사를 지으며 건강한 먹거리를 재배해왔다는 자긍심마저 훼손됐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여전히 정부 당국 그 누구도 제대로 된 사과와 합당한 보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요즘 농촌은 밭일과 논일이 맞물리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밭에서는 2월부터 온상에서 정성스레 키운 여러 종류의 모종들을 알맞은 시기에 맞춰 옮겨심는 한편, 논에서는 열흘간 매일 물을 갈아주면서 싹을 틔운 볍씨를 모판에 파종하는 바쁜 나날이 이어지고 있지요. 볍씨를 파종하는 보편적인 방법으로는 널찍한 모판에 흩어뿌리는 산파 방식과 트레이 모판에 한 구마다 2~3알의 볍씨를 심는 포트묘 방식이 있습니다. 두 방식은 모가 자라는 장소도 각각 다른데요. 산파 방식은 물을 가득 댄 논에 못자리를 따로 만들어 모판을 놓고 키우고, 포트묘 방식은 비닐하우스 안에 모판을 쭉 정렬한 다음 스프링클러로 물을 주며 키웁니다. 파종법도 키우는 방식도 다르지만, 볍씨 파종 후 일주일이 지나면 어느 곳에서든 가느다랗게 올라온 초록빛 싹을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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